미국 중간선거 투표 시작...트럼프 남은 임기 운명 가른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 기자, 사라 스미스
- 기자, 북미 에디터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6 분
지난 10년간 미국 정치를 주도하며 큰 변화를 가져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를 2년 남겨둔 가운데, 향후 국정 운영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의회 주도권을 결정할 3일 중간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에 어려운 시기에 치러진다.
유권자들은 압도적으로 생활비 문제를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관세 정책과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란 전쟁 등의 영향으로 식료품과 연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많은 유권자가 투표에 나설 때 이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달간 역대 최저 수준의 지지율을 기록한 트럼프 대통령은 전국에서 수십 차례 유세를 주도하며 선거운동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높은 물가는 정치적 성향을 막론하고 모든 유권자가 우려하는 사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운동 막바지 주말에 아이오와주와 캔자스주를 방문하는 등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도 유세를 벌인 이유를 설명해 주는 대목이다.
공화당은 캔자스주 상원의원 선거를 비롯해 전통적으로 승리가 유력했던 지역의 선거 광고에도 수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선거 및 선거운동을 분석하는 매체인 '쿡 폴리티컬 리포트'의 캐리 댄 편집국장은 BBC에 "당연히 이겨야 할 주에서 정치 광고에 미국 달러를 많이 쓰기 시작했다면, 그들이 스스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캔자스주에서 지출되는 선거 자금은 공화당이 당초 예상했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공화당이 이번 선거를 방어적인 입장에서 치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유세 현장에서 유권자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이번 선거에 제 이름도 투표용지에 올라 있다고 생각해 달라"며 "부디 그렇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물론 이번 선거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투표용지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가 지난 1일 아이오와주에서도 이러한 호소를 반복했다는 점은 중요한 질문의 핵심을 짚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공화당의 선거 승리에 도움이 되는 존재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과거만큼 단순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24년 대선에서 압승을 거둔 뒤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백악관에 복귀했다. 당시 그의 국정 지지율도 높은 수준이었다. 그에 앞서 2022년 중간선거에서는 공화당 후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선거 승리에 필수적인 요소로 여기며 그의 공개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제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고 미국인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도 하락했다. 지난 2월 전쟁이 시작되기 전 갤런당 3.75달러(약 5000원)였던 경유 가격은 9월 사상 최고치인 6.52달러(약 8800원)까지 치솟았다.
아이오와주에서 만난 한 유권자는 기자에게 "얼마 전 아들이 차를 몰고 미국을 횡단했는데, 주를 지날 때마다 전화를 걸어 휘발유 가격을 알려줬다"며 "그때마다 '세상에, 이건 정말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률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 3%에서 현재 3.7%로 올랐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부과한 관세가 없었다면 물가 상승률이 이보다 낮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이러한 경제 상황으로 인해 텍사스주와 오하이오주, 캔자스주 등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도 선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모어 인 커먼(More in Common)'의 스티븐 호킨스 글로벌 리서치 책임자는 "미국 남부와 중서부, 이른바 미국의 중심부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강세를 보여온 지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지금 가장 주목할 만한 상원 선거가 벌어지고 있는 곳도 바로 이 지역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불과 2년 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0~15%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던 주들이 이제는 민주당이 상원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충분한 지역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아이오와주는 최근 연료와 비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지역이다. 이곳 유권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지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아니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물었을 때 돌아온 답변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대학 미식축구 경기가 열리는 붐비는 경기장 밖에서 만난 폴 로스 씨는 "믿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오히려 공화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낮아질 것 같다"며 "저 역시 공화당 지지자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잭 심프 씨도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는 건 분명하다"며 "단지 트럼프라는 인물 때문에 민주당의 지지세가 평소보다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유권자인 로즈 헤밍 씨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를 전쟁에 끌어들였다"며 "물가와 식료품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고, 휘발유 가격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이번 선거의 핵심이다. 공화당의 확고한 지지 기반인 지역에서도 많은 유권자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여론조사 결과는 이들이 3일 투표를 통해 불만을 표출하려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그러나 전쟁과 관세, 치솟는 물가라는 상황이 하원과 상원,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의 압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해석이다.
많은 공화당 지지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만을 품고 있지만, 그렇다고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질 만큼 분노한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곧 민주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가정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실제로 선거 직전 실시된 마지막 여론조사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약 38%에 그쳤다. 낮은 수치지만, 1일 발표된 NBC의 전국 여론조사를 포함한 같은 조사들에서 민주당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유권자도 29%에 불과했다.
유권자들이 불만을 품고 있다고 해서 3일 선거에서 반드시 지지 정당을 바꿀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한 아이오와주의 공화당 지지자 팀 매키넌 씨는 지난달 기자에게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며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문제에 거듭 개입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 미셸 씨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완벽하게 모범적인 사람일 것이라고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며 "우리는 그가 내세운 가치의 근본적인 부분을 지지해 투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정책 중 일부에 불만을 품은 매키넌 부부와 같은 유권자들이 자신들을 지지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이들은 민주당이 자신들의 기독교적이고 보수적인 가치관을 대변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팀 매키넌 씨는 "휘발유 가격이 1달러(약 1300원) 더 오른다고 해서 우리의 신념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3일 밤 선거에서 대거 의석을 차지하더라도, 반드시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좋아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단지 공화당보다 민주당을 조금 덜 싫어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미 2028년 대선을 바라보고 있다. 당시에는 단일 후보를 중심으로 당을 결집해야 하지만, 당내 분열이 뚜렷한 상황에서 이는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갈등 중 일부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드러났으며, 지난 주말 미시간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면밀히 살펴보며 2028년 대선을 위한 교훈을 얻으려 할 것이다. 과연 텍사스주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까? 공화당의 확고한 지지 기반인 농촌 지역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또 조지아주의 존 오소프와 텍사스주의 제임스 탈라리코 등 떠오르는 정치인들이 높아진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 중 일부에 대한 답이 '아니오'라면, 민주당은 앞으로 1년간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선거 결과를 둘러싼 당내 평가와 반성의 과정도 순탄치 않을 수 있다.
여론조사 기관 '모어 인 커먼'의 스티븐 호킨스는 "이번 선거는 민주당이 영향력을 크게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며 "단순히 의석수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정당인지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인사들은 민주당을 위험한 공산주의 세력으로 묘사하려 했지만, 이러한 주장이 모든 유권자에게 통하지는 않았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니콜 윌리엄스 씨는 기자가 만난 많은 유권자의 생각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지금 상황보다는 뭐든 낫다"며 "사회주의든 뭐든 상관없다. 생활비나 좀 낮춰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시간주 유권자인 그웬 잭슨 씨는 "사람들은 미국인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에 지쳐 있다. 그 역시 미국인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공격해 온 미시간주의 좌파 성향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압둘 엘사예드를 가리킨 발언이다.
잭슨 씨는 "사람들은 그저 지쳐 있다"며 "이제는 변화를 보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현직 대통령의 인기가 트럼프 대통령보다 높을 때조차 집권당은 중간선거에서 의석을 잃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향과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고려할 때, 민주당 내부에서는 적어도 하원에서는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전략가 메리 앤 마시는 이번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생활비 문제와 선전포고 없이 시작된 전쟁"을 꼽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지 않았던 모든 공화당 인사들이 이제 그를 무적이라고 믿었던 대가를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하원에서 승리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법안의 통과를 저지하려 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크게 우려할 가능성은 낮다. 그는 이미 의회를 최대한 우회하고, 대신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하려 해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더 우려할 만한 것은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할 경우 착수할 수 있는 각종 조사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각료에 대한 탄핵도 추진할 수 있다. 특히 이란 전쟁과 관련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주요 탄핵 추진 대상이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3일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는 상원 35석을 놓고 경쟁이 벌어진다. 민주당이 상원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의석을 순수하게 4석 늘려야 한다. 이미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경합 지역인 미시간주에서 패배할 경우, 다른 지역에서 추가 의석을 확보해 전체 의석을 순수하게 5석 늘려야 한다.
대부분의 경합 지역에서는 양당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으며, 일부 지역의 지지율 격차는 여론조사 오차범위 안에 있다. 주목해야 할 주요 상원 선거 지역은 미시간주와 텍사스주, 오하이오주, 아이오와주, 메인주, 알래스카주, 노스캐롤라이나주다.
실제로 이번 중간선거의 승패는 이들 지역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선거에서 늘 그렇듯 여론조사 결과를 해석할 때는 중요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 과거 여론조사들은 민주당의 지지율을 실제보다 높게,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낮게 예측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여론조사의 예측을 뒤집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듯하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세가 급증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대체로 정확하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 년간 공화당의 확고한 지지 기반이었던 지역에서 뼈아픈 패배를 맞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큰 패배를 겪을 경우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는 이번 선거의 공정성과 보안에 대해 반복적으로 의문을 제기해 왔으며, 개표가 진행 중이거나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도 다시 의혹을 제기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한편 이번 선거는 미국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순간이기도 하다. 많은 유권자가 앞으로 2년 동안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당 모두에게 이번 선거는 트럼프 대통령 이후 미국 정치가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를 결정할 2028년 대선을 앞둔 마지막 선거 시험대가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에게도 유권자들이 그와 공화당의 국정 운영을 평가하는 기회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2년 동안 자신의 정치적 유산을 만들어가려는 가운데, 핵심 질문은 하나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 부분 우회해 온 의회의 주도권이 바뀐다고 해서, 과연 그의 국정 운영에 실질적인 제동이 걸릴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