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해킹 '북한' 지목에 김여정 발끈한 이유…돈줄 차단·북미협상 의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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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리차드 김
- 기자, BBC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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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미국의 해킹 배후 지목에 이례적으로 직접 반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 연계 해커들이 탈취한 가상자산 수십억 달러가 이미 동결된 상황에서, 미국의 자금 추적에 대한 부담과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정치적 계산이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여정 노동당 부장은 3일 공개된 담화에서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 해킹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한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발표를 '황당무계한 낭설'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을 '사이버 범죄국'으로 몰아가려 한다며 국가의 존엄과 주권을 침해하는 정치적 도발로 규정했다.
특히 김여정은 미국이 오히려 이번 해킹 사건의 배후일 수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그는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적으로 취득한 가상자산을 몰수해 국가 전략비축금으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도난 자금이 회수되면 누구에게 돌아갈지 따져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해킹 사건의 책임을 북한에 떠넘기면서 회수한 자금까지 차지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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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적반하장 대응'
북한이 국제적인 해킹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약 15억 달러(약 2조 원)가 탈취된 바이비트 해킹 사건에서도 FBI는 북한 해킹조직의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의 사이버범죄 관련 의혹을 부인해 왔지만, 주로 외무성 대변인 등을 통해 대응했다.
실제로 지난 5월 3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존재하지 않는 북한의 사이버 위협을 부풀리고 있다며 이를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정치적 비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정은의 여동생이자 북한의 대미·대남 메시지를 직접 전달해 온 김여정이 장문의 담화를 발표했다.
북한 정권이 FBI의 해킹 배후 지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이를 북미관계의 문제로 확대해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BBC에 "북한이 오히려 미국에 해킹 책임을 돌리려 한다"며 "전형적인 '적반하장'식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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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해킹에 28억 달러 동결
FBI는 지난달 31일 북한 연계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를 이번 사건의 배후로 공식 지목했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번 해킹은 가상자산 역사상 최대 규모로, 피해액은 지난해 바이비트 해킹 사건의 4배를 웃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의 알렉 제브릭 글로벌 서비스 시니어 매니저는 BBC에 이번 사건으로 최소 64억 달러(약 8조6000억 원)의 가상자산이 탈취됐고, 이 가운데 약 28억 달러가 이미 동결됐다고 밝혔다.
제브릭 수석 매니저는 "동결된 자산만큼 북한 정권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해커들은 자산 동결을 피하기 위해 비용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훔친 가상자산을 다른 종류의 코인으로 바꿨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더블록이 인용한 분석에 따르면 해커들은 약 2억4200만 달러의 자금을 여러 경로로 옮기는 과정에서 2200만 달러(약 296억 원)의 비용과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거래 수수료와 불리한 가격에 코인을 교환하면서 발생한 손실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문종현 지니언스 시큐리티 센터장은 BBC에 해커들이 자산 동결을 피하기 위해 상당한 손해를 감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산을 교환할 때 '50%의 손해를 보더라도 100% 잃는 것보다는 그래도 반이라도 챙기겠다'는 건 해커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말했다.
북한 해커들이 훔친 자금을 여러 지갑으로 옮기며 추적을 피하고 있지만, 실제 현금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분석된다.
제브릭 수석 매니저는 지난해 바이비트 해킹으로 탈취된 자금도 아직 모두 현금화되지 않았다며, 이번 사건 역시 자금세탁과 현금화에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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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할 문제'…트럼프에 협상 메시지?
김여정 담화에서 주목되는 또 다른 부분은 마지막에 남긴 대미 경고 발언이다.
김여정은 미국의 대북 적대적 태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여러 측면에서 재고해 볼 문제들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해킹 책임 추궁이 계속될 경우 향후 북미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북한이 이번 사건을 단순한 사이버범죄 의혹을 넘어 대미 협상 문제와 연결하려 한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남성욱 교수는 이번 김여정의 담화가 이례적으로 길고 같은 주장을 반복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정권 차원에서 트럼프하고 일종의 바기닝(협상)을 시도하는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FBI가 북한을 해킹 배후로 공식 지목한 이후에도 "북한의 소행으로 확인되면 북한과 논의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의 책임 추궁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향후 북미관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라는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