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의 존재를 느끼는 이유…우리는 왜 초자연적 현상을 경험할까?

사진 출처, David Wall via Getty Images
- 기자, 데이지 스티븐스
- 기자, BBC 월드 서비스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4 분
인류는 오랫동안 유령 이야기를 해왔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전해 내려오는, 살아 있는 가족들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귀신 이야기부터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에 이르기까지. 유령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왜 지금까지도 식지 않는 걸까?
미국 웨스트조지아대학교의 심리학자 크리스틴 시먼즈무어 교수는 자신이 초자연적 현상을 경험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초자연적 현상이란 일반적으로 현재의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뜻한다.
"그런 경험은 당사자에게는 실제로 일어난 일처럼 느껴집니다.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도 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경험이 실제로 초자연적인 원인에서 비롯됐다는 뜻은 아니다.
의식이 달라지는 순간
시먼즈무어 교수에 따르면, 사람들이 초자연적인 현상을 경험할 때 뇌에서는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고 있을 수 있다.
그중 하나는 잠과 깨어 있는 상태의 경계에서 나타나는 이른바 '입면기'와 관련이 있다.
"이런 경험은 의식 상태가 평소와 조금 달라졌을 때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상상과 외부에서 실제로 받아들인 감각이 뒤섞이면서 둘을 구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가위눌림으로 불리는 수면마비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2011년 국제 연구 자료를 분석한 문헌 검토 연구에 따르면, 일반 인구의 7.6%가 수면마비를 경험한 것으로 추정됐다. 학술지 '수면의학 리뷰'에 발표된 이 연구는 학생과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제외한 여러 국가의 표본을 분석했다.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의 크리스 프렌치 교수는 수면마비를 "몸은 깨어났지만 뇌는 아직 깨어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한다.
프렌치 교수는 초자연적으로 보이는 경험의 과학적 원인을 연구하는 '이상심리학 연구소'를 설립했다.
수면마비에는 여러 증상이 동반될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방 안에 자신 말고도 누군가 있다는 강렬한 느낌이다.
"방 안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도, 무언가가 그곳에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진 출처, EvgeniyShkolenko via Getty Images
수면마비를 겪는 사람들은 신체적인 감각까지 동반하는 생생한 환각을 경험하기도 한다.
프렌치 교수는 "정말 끔찍할 정도로 무서울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환각일 뿐,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파레이돌리아(pareidolia)'라는 심리 현상도 초자연적 경험을 설명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파레이돌리아는 무작위로 나타난 형태나 무늬에서 익숙한 형상을 찾아내는 경향을 뜻한다.
캐나다 에드먼턴에 있는 맥이완대학교의 로드니 슈말츠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의 시각 체계가 작동하는 방식 때문에 눈가에 언뜻 들어온 무언가를 실제로는 얼굴이 아닌데도 얼굴처럼 잘못 인식하기 쉽습니다."
시먼즈무어 교수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사진 출처, Elva Etienne via Getty Images
일부 심리학자들은 혼자 있을 때 누군가 곁에 있다고 느끼는 현상을 '해리'로 설명하기도 한다.
시먼즈무어 교수에 따르면 해리는 자신의 일부가 자신과 분리된 것처럼 경험되는 현상이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고를 당했을 때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와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경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상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익숙한 길을 운전해 집으로 돌아올 때처럼, 별다른 의식 없이 자동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따라서 혼자 있는데도 누군가의 존재가 느껴지는 것은 자신의 일부를 다른 존재처럼 경험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시먼즈무어 교수는 설명한다.
이런 해리 상태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수면이 부족할 때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 출처, agsandrew via Getty Images
일부 연구에서는 초자연적 경험을 했다는 보고와 '트랜스리미널리티'라는 심리적 특성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먼즈무어 교수에 따르면 이 특성은 설문지를 통해 평가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대체로 창의력이 풍부하고 상상력이 뛰어나며, 예술이나 음악에 깊은 감동을 받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자신이 꾼 꿈을 잘 기억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성향도 강하다.
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느낌을 경험할 가능성도 더 높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한 감각이 다른 감각을 자극하는 '공감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공감각을 가진 사람이 분홍색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장미를 떠올리고, 그 결과 실제로 장미 향기가 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시먼즈무어 교수는 이처럼 서로 다른 감각이 연결되는 경험이 일부 초자연적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심리적인 현상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변 환경 영향
프렌치 교수는 어떤 장소는 다른 곳보다 본래 더 으스스하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이동할 때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천장이 높은 공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그런 장소에 들어가면 불안하거나 어딘가 불편한 느낌을 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 환경이 미치는 영향은 이보다 훨씬 복잡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주파수 20헤르츠(Hz) 미만의 소리인 '초저주파음'이다.
초저주파음은 기계나 교통수단에서 발생하며, 특히 오래된 건물에서는 배관이나 난방시설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
사람은 초저주파음을 의식적으로 들을 수 없다. 하지만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 몸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슈말츠 교수는 설명한다.
그가 진행한 연구에서는 초저주파음에 노출된 참가자들의 침에서 스트레스와 관련된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자들이 평소보다 짜증을 더 많이 느끼는 것과도 연관성이 있었다.

사진 출처, Goja1 via Getty Images
다만 초저주파음과 초자연적 경험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지를 두고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프렌치 교수가 직접 진행한 연구에서는 두 현상 사이의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슈말츠 교수 역시 초저주파음만으로 초자연적 경험이 일어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데 동의한다.
다만 그는 초저주파음이 이런 경험을 설명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불안감이 커지면 파레이돌리아 같은 심리 현상도 심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불안감을 느끼거나 무언가의 존재를 감지하는 것과, 그것을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
진실과 생존
일부 전문가들은 그 답이 인간의 진화 과정에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사람들이 초자연적인 현상을 믿는 이유를 연구하는 민속학자 데버라 하이드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진실을 알아내기보다 살아남는 데 적합하도록 진화했습니다."
"우리의 인지 체계와 감각 체계 상당 부분은 어떤 상황에서 절대적인 진실을 알아내는 것보다 생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과거 인류에게는 위험을 감지했을 때 최악의 상황을 먼저 떠올리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림자를 보고 포식자가 숨어 있다고 판단하거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를 듣고 위험이 다가온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에 인간에게는 '행위자 탐지'라고 불리는 인지적 편향도 있다고 하이드는 설명한다.
프렌치 교수에 따르면 이는 이상한 일을 경험했을 때, 의식을 가진 누군가 또는 무언가가 자신에게 특정한 의도를 갖고 그 일을 일으켰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뜻한다.
"이런 생각에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우리 주변에 어떤 위협적인 존재들이 있을 수 있고 그중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도 있을 수 있다고 믿게 되는 겁니다."

사진 출처, Westend61 via Getty Images
사람들이 특이한 경험을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해석하는 데는 '확증편향'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확증편향은 자신이 이미 믿고 있는 생각을 뒷받침하는 정보에 더 주목하는 경향을 말한다.
하이드는 문화마다 구체적인 믿음은 다르지만, 종교와 미신을 믿는 성향은 인간에게 본래부터 내재된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한다.
프렌치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귀신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설명할 수 없는 일을 겪었을 때 '귀신 때문이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 사람에게는 비합리적인 판단이 아닐 수 있습니다."
여기에 귀신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어 하는 인간의 심리도 작용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사실이라고 믿고 있거나 사실이기를 바라는 일이 있을 때, 그 믿음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이는 증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귀신은 사후 세계가 존재한다는 증거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죽음 이후에도 삶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귀신이 실제로 존재할 가능성도 더 쉽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