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홍수: 한국인들이 짓던 수력발전소, '약 90% 소실'
- 기자, 김효정
- 기자, BBC 코리아
- 기자, 아빈 수프리야디
- 기자, 동아시아 비주얼 저널리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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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네팔을 덮친 대규모 홍수로 두산에너빌리티와 한국남동발전 등이 건설 중인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의 상부 시설과 베이스캠프가 사실상 전소·유실 수준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인 근로자 9명은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27일 네팔로 출국한 윤장현 남동발전 신성장본부장은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발전소 상부 시설은 90% 이상 소실됐고, 건설 인력이 머물던 베이스캠프도 약 90%가 소실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지하발전소는 현재까지 매몰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BBC가 입수한 사고 이후 찍힌 위성사진에도 공사 현장 대부분이 토사에 뒤덮인 모습이 포착됐다.
이 지역에서는 한국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참여한 대형 수력발전 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쪽으로 약 70㎞ 떨어진 트리슐리강에 216메가와트(MW)급 발전소를 건설하는 '어퍼트리슐리-1(UT-1)' 프로젝트로, 총사업비는 약 6억4740만달러(약 9000억원)에 이른다. 한국남동발전이 투자와 사업 관리를 맡고 두산에너빌리티가 설계·조달·시공(EPC)과 터빈 등 핵심 설비 공급을 담당해 왔다.

사진 출처, REUTERS/Navesh Chitrakar
중국 국경과 가까운 히말라야 협곡
어퍼트리슐리-1 건설 현장은 중국 티베트와 국경을 맞댄 네팔 중북부의 산악지대에 자리하고 있다. 높은 산 사이로 강이 흐르고 양쪽으로 가파른 협곡이 이어지는 지역이다.
발전소의 취수댐은 보테코시강과 랑탕강이 만나는 지점에서 약 275m 하류에 건설되고 있었다. 두 물줄기는 이곳에서 합쳐져 트리슐리강을 이루고 남쪽으로 흐른다.
이번 홍수도 건설 현장보다 북쪽에 있는 네팔·중국 접경 산악지대에서 시작됐다. 지금으로선 해발 약 5200m 지점의 빙하 일부가 바위와 함께 무너져 내리면서 거대한 급류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된다.
물과 토사, 암석이 뒤섞인 급류는 렌데강과 보테코시강을 거쳐 트리슐리강으로 밀려들었다. 국제산악통합개발센터(ICIMOD)에 따르면 트리슐리강 하류 일부 지역에서는 수위가 약 30분 만에 최대 9m 상승했다. 성인 남성 평균 키의 약 5배에 이르는 높이만큼 물이 불과 30분 사이 불어난 것이다.
갑자기 불어난 물은 강 주변의 마을과 도로, 교량, 발전시설을 덮쳤다. 다만 빙하가 무너진 원인과 홍수의 정확한 발생 과정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 출처, 두산에너빌리티TV
어퍼트리슐리-1은 네팔 현지 특수목적법인인 네팔수력에너지개발회사(NWEDC)가 시행하는 사업이다. 한국남동발전이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IFC), 네팔 현지 투자자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네팔 정부와 사업 추진에 합의한 것은 2012년이다. 이후 사업개발협약과 전력구매계약을 맺고 자금 조달 절차를 거쳐 2021년 말 주요 공사에 들어갔다.
국제금융공사와 아시아개발은행(AD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내외 금융기관도 자금을 지원했다. 현지에서는 네팔에서 외국인 직접투자로 건설되는 최대 규모의 수력발전 사업으로 소개돼 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0년 10월 NWEDC와 약 4200억원 규모의 EPC 계약을 체결했다. 토목공사와 발전소 건설은 물론 터빈과 발전기 등 주요 기자재의 제작과 공급도 맡았다.

사진 출처, Reuters
이 댐은 강을 가로막아 대규모 저수지를 조성하는 일반적인 댐식 발전소와는 구조가 다르다. 강물 일부를 지하터널로 유도해 낙차로 전기를 생산한 뒤 다시 강으로 흘려보내는 유수식 발전소다.
먼저 트리슐리강에 설치된 높이 약 30m의 취수댐에서 물을 끌어들인다. 이 물은 약 9.7㎞ 길이의 지하 도수터널을 따라 이동한 뒤 약 292m 길이의 수직터널을 통해 아래로 떨어진다.
이때 발생한 수압으로 지하발전소에 설치된 72MW급 터빈 3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발전에 사용된 물은 취수댐에서 약 10.7㎞ 떨어진 하류에서 다시 트리슐리강으로 방류된다.
취수댐과 지하터널, 발전소 등 주요 시설은 약 10㎞에 걸쳐 분산돼 있다. 이들 시설을 연결하는 진입도로도 대부분 강과 협곡을 따라 조성됐다.
발전시설 상당 부분은 지하에 있지만 취수댐과 공사장, 직원 숙소, 진입도로와 교량은 지상에 있다. 갑작스럽게 강물이 불어나거나 산사태가 발생할 경우 현장 시설뿐 아니라 외부로 연결되는 이동 경로도 함께 끊길 수 있는 지형이다.

사진 출처, 두산에너빌리티TV
지난 5월 기준 어퍼트리슐리-1의 전체 공정률은 약 82%였다. 약 9.5㎞에 이르는 주 터널의 굴착을 마치고 내부에 콘크리트를 입히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으며, 292m 길이의 수직터널 굴착도 완료된 상태였다.
지하발전소의 주요 토목 구조물도 대부분 완성돼 터빈과 발전기 등 전기·기계 설비를 설치하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었다.
지난 5월 28일에는 박태영 주네팔 한국대사와 네팔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취수댐의 첫 번째 수문을 시험 가동하는 행사도 열렸다. 당시 사업자는 올해 말까지 주요 설비 설치를 마치고 2027년 중반 상업운전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지역에서 홍수로 공사가 영향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2024년과 2025년에도 트리슐리강 홍수로 공사가 지연됐다.
2015년 네팔 대지진 때는 산사태로 현장 접근로가 파손되고 사업 준비 작업이 중단됐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국인 직원 1명이 다치기도 했다.
한국인 9명 연락 두절 상태
두산에너빌리티에 따르면 어퍼트리슐리-1 현장에 파견된 한국인 직원은 모두 20명이다. 홍수 당시 현장에 있던 15명 가운데 직원 5명과 현지에서 채용된 한국인 1명 등 6명과 연락이 끊겼다.
한국남동발전에서는 카트만두 법인 근무자를 제외하고 현장에서 건설 관리 업무를 맡던 직원 3명이 연락 두절됐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실종된 것으로 파악된 한국인은 모두 9명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다른 한국인 직원 10명은 외국인 근로자들과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했으나 도로와 교량이 끊겨 구조를 기다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정연인 대표이사가 이끄는 현장 대응팀을 네팔로 보냈다. 한국남동발전도 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해 현지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외교부와 소방청, 경찰청 인력으로 구성된 신속대응팀을 급파해 네팔 당국과 함께 실종자 수색과 고립 인원 구조를 지원할 예정이다.

사진 출처, NWEDC
어퍼트리슐리-1이 완공되면 연간 약 15억3300만킬로와트시(kWh)의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력발전 의존도가 높은 네팔은 비가 적게 오는 겨울철 건기에 발전량이 크게 줄어든다. 어퍼트리슐리-1은 연간 생산량의 약 39%를 건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생산된 전력은 네팔전력청과 맺은 장기 전력구매계약에 따라 현지에 공급된다. 국제금융공사 등 사업 참여 기관들은 발전소가 가동되면 네팔의 전력 공급을 늘리고 주변국에서 들여오는 전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해 왔다.
다만 이번 홍수로 건설 현장과 발전시설이 어느 정도 피해를 봤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실종자 수색과 고립 인원 구조가 진행 중인 만큼 공사 재개 시점과 완공 일정에 미칠 영향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