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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상 무기 판매 가능'...일본, 2차대전 이후 유지해온 무기 수출 규제 완화
- 기자, 모리 쿠루미
- 기자, 도쿄 특파원
- 기자, 코 웨
- 읽는 시간: 3 분
일본 정부가 21일(현지시간) 수십 년간 유지해 온 무기 수출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 따라 관련 협정을 맺은 10여 개국에 무기를 판매할 길이 열리게 됐다.
역내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발표된 이번 조치는 일본이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평화주의 중심의 방위 정책에서 벗어나려는 주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수출 가능한 방위 장비를 구난, 수송, 경계, 감시, 소해(바다 기뢰 등 제거) 등 5개 유형으로 제한해왔으나, 이제 이러한 제약이 사라지게 됐다.
이에 따라 미국, 영국을 포함해 방위 장비 이전 협정을 맺은 17개국에 살상 무기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분쟁에 연루된 국가에 대한 무기 판매 금지 조항은 유지되나, 이 또한 일본과 방위 협정을 맺은 국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일본 당국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21일 X를 통해 "점점 더 심각해지는 안보 환경 속 어느 나라도 단독으로 자국의 평화와 안보를 지킬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전후 80여 년간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로서 우리가 따르고 지켜왔던 근본 원칙과 여정을 수호하겠다는 우리의 의지에는 절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 새로운 체제 하에 우리는 전략적으로 장비 이전을 촉진하는 동시에 더욱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전 허용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하라 미노루 내각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안보를 수호하고, 역내 평화와 안정에 더 이바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한편 중국은 "일본의 무모한 군사화"라고 표현하며, 이에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뜻을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경계를 늦추지 않고, (이러한 행보에) 단호히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무기 수출 규제 완화 조치는 일본 자위대가 미국, 필리핀과의 연간 합동 군사 훈련에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발표됐다. 특히 올해 자위대는 처음으로 단순 참관이 아닌 전투병력을 파견했다.
중국은 이러한 훈련에 대해 역내 분열을 심화시키는 행보라며 반대한다. 이번 훈련은 대만 등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섬과 해역 근처인 필리핀에서 진행된다.
중국은 대만을 언젠가는 자국의 일부가 될 지방으로 간주하며, 통일을 위한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다카이치 총리는 의회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일본 자위대가 대응할 수 있다고 시사하며 중국의 분노를 산 바 있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이번 무기 수출 완화 조치에 대해 "일본의 방위안보정책은 평화헌법의 정신을 견지하면서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은 1910년부터 제2차 세계 대전 종전까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당시 일본군은 한국인 수십만 명을 광산, 공장 등에 강제 동원했으며, 여성들을 성노예로 내몰았다.
80여년간의 '평화주의'
일본의 방위 태세는 제2차 세계 대전 후인 1947년에 제정된 헌법에 근거한다. 이 헌법은 일본이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의 전쟁을 영구히 포기하며, 육·해·공군 및 기타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수십 년 동안 이러한 평화주의는 일본 정체성의 일부로 자리 잡았으나, 현재 점차 변화하고 있다.
일례로 2014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는 군사 제품 판매에 대한 전면적인 금지 조치를 완화해 동맹국과의 공동 무기 개발을 허용하고, 자국 방위장비 업체의 새로운 시장 및 기술 접근을 확대했다.
이어 2023년 기시다 후미오 당시 총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처음으로 완제품 살상 무기 수출 금지 원칙을 완화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평화헌법 개정을 지지해 온 인물로, 구체적인 개정안은 밝히지 않았으나, 전쟁을 포기한다는 제9조가 개정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다카이치 총리 지지자들은 일본은 중국, 러시아, 북한으로 둘러싸여 있기에 더 이상 과거의 규칙이 적용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일본이 전쟁 수행 능력을 갖춘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들은 헌법을 개정하려는 다카이치 총리의 행보가 일본을 군사적 충돌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