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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계에 불어오는 여성 작가들의 '조용한 혁명'
- 기자, 최리현
- Reporting from, 서울
- 읽는 시간: 5 분
2024년 초, 혼자 살아가는 생활의 즐거움을 담은 작가 신아로미의 에세이는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젊든 나이가 들었든, 미혼이든 기혼이든, 자녀가 있든 없든 여성들은 책 '혼자서도 잘 사는 걸 어떡합니까'에 환호하는 모습이었다. 원치 않는 주변의 조언에 당당히 응수하는 신 씨의 모습에서 '대리 만족'을 느끼고, 그 안에서 '눈치 보지 않고 싱글로 살아갈' 자유를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곧 온라인에서는 신 씨의 성공을 향한 엄청난 비난과 증오가 쏟아졌다. 그 중심에는 주로 남성들이 있었다. 이들은 신 씨를 이기적이라 비난하며, 결국 고독하게 죽을 것이고, 심지어 "국가를 배신했다"는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청년 남성들이 페미니즘에 대한 거대한 백래시(반발)를 주도하는 한국에서는 여성의 독립성을 지지하고 가부장제에 도전하는 일이 점점 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이 되고 있다.
여성을 향한 차별, 괴롭힘, 성폭력은 여전히 큰 사회적 과제로 남아 있음에도,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은 너무나도 양극화된 용어가 됐다. 온라인에서는 마녀사냥을, 오프라인에서는 제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혐의처럼 취급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성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개척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문학계에 조용한 혁명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올해 여성 작가들은 한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이상문학상에서 사상 처음으로 6개 전 부문을 석권했다. 동시에 북 토크(책과 관련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와 '글방'이라 불리는 소규모 독서 및 글쓰기 모임들이 곳곳에서 생겨나며 여성들이 모여 교류하고, 공동체로서 성장(이러한 모임들이 강조하는 부분이다)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마련되고 있다.
사실 2024년 작가 한강의 역사적인 노벨문학상 수상을 제외하면, 한국 문학에서 여성의 목소리는 그동안 그리 두드러진 편이 아니었다.
작가 은유에 따르면 2016년 한국에서 일어난 미투 운동이 "평범한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도록 용기를 내는" 계기가 됐다. 필명을 선호하는 은유는 2011년부터 글쓰기 공간을 운영해왔다.
페미니즘으로 간주되는 모든 것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는 와중에도,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글쓰기를 가르치거나 독서 모임을 주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여성들은 이러한 공간에 더 쉽게 접근하게 됐다.
은유는 "한때 참가자였던 많은 여성들이 이제는 스스로 작가로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참가자들이 글쓰기를 통해 자신들의 아픔을 소화하고, 그 과정에서 자아와 자신감을 되찾는 모습을 셀 수 없이 많이 목격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매우 개인적인 차원이지만, 공동체 안에서 일어날 때는 종종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여기서 목격하고 있는 것은 느리지만 확실한 혁명입니다."
한편 한국에서 신 씨의 이야기는 급진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밀집한 한국에서 신 씨는 시골에 집을 마련했다. 국가가 나서 출산율을 높이고자 애쓰는 가운데 신 씨는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기로 선택했다. 대신 텃밭에서 갓 딴 채소로 샐러드를 만들거나, 자신의 취향대로 꾸민 아늑한 거실에서 일기를 쓰는 등, 자신이 선택한 삶을 즐기고 있다.
신 씨는 "모두가 결혼을 포기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도 아니고, 기혼자들을 어떤 식으로든 낮춰 보려는 의도도 아니"라고 했다.
"저는 그저 저는 어떻게 선택을 해왔고, 제 욕구를 우선시했으며, 그를 통해 어떻게 제 삶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됐는지에 대해 기록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러한 이야기를 정말 기다리고 있었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정말 그랬다. 한 독자는 온라인에 "결혼이 정말 내게 맞는지 의문을 품어왔던 사람으로서, 이 책은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해주었다"고 썼다.
또 다른 독자는 "결혼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 당시에는 결혼이 선택지 중 하나임을 알지 못했다"고 적었다.
책 '혼자서도 잘 사는 걸 어떡합니까'의 성공으로 올해 39세인 신 씨는 영국 출판사 '펭귄'과 약 1억 원 규모의 국제 번역 계약도 체결했다.
그리고 이 흐름은 신 씨에 국한되지 않는다. 2024년 한국 도서 번역본 판매량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 작가들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그 결과 다양한 도서들이 전 세계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작가 구병모의 '파과'는 외로움 속에서 은퇴를 고민하는 전설적인 60대 여성 킬러 '조각'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작가 김초엽의 SF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한때 유명했던 과학자가 버려진 우주 정거장에 고립된 채 수 광년 떨어진 가족과 재회하고자 평생을 바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한 작가 이랑은 언니의 자살 이후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써 내려간 신작 에세이에서, 한국전쟁에서 가정폭력에 이르기까지 가족 내 여성들을 따라다닌 트라우마를 깊이 있게 탐색했다.
작가 박에스더의 판타지 소설 '벽사아씨전'은 K팝 배경의 인기 드라마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떠올리게 한다. 이 작품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남장을 한 채 벽사(삿된 것을 쫓음)를 하러 다니는 여성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렸다.
활기를 띠게 된 출판계는 공공장소에서는 더 이상 불가능해 보이는 대화를 분출하는 통로로도 기능한다.
반페미니즘 운동은 정점에 달했을 때는 공유나 배수지 같은 인기 배우들부터 K팝 아이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인들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다. 심지어 남성팬들은 여성 스타들이 페미니즘 소설을 읽거나, '여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문구가 적힌 휴대전화 케이스를 들고 있다는 이유로 관련 팬 굿즈를 불태우기까지 했다.
이러한 반발을 두려워해 여성들, 심지어 남성들은 두려움에 '스텔스 페미니즘'을 선택하고 있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글방, 독서 및 글쓰기 모임은 이들에게 숨 막히게 느껴지는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반가운 숨통처럼 여겨진다.
자신들만의 공간
어느 토요일 오후, 대전시의 조용한 거리에 있는 오래된 교회 밖에 여성 약 50명이 줄 서 있었다.
페미니스트 작가 하미나의 강연을 듣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이들로, 걸음마를 막 배우기 시작한 어린 딸을 데려온 어머니도 있었다.
하 씨는 "우리는 이곳에서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그 경험은 (삶을) 변화시킨다"며, 특히 한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적 분위기와 성공해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감 속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공간과 시간이 "여성들에게 실수를 하고 성장할 수 있는, 어쩌면 생애 처음으로 경험하는 안전한 공간"일 수 있다고 했다.
작가 지망생이었던 하 씨는 과거 남성 시인과 소설가들이 진행하는 여러 글쓰기 수업을 들었지만, "유해하고, 약한 이들을 이용해 먹는 행동이 흔했다"고 기억한다.
그러다 몇 년 후, 어느 여성 작가가 가르치는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면서 하 씨의 인생은 달라졌다. 그는 이 여성 작가를 자신의 멘토로 삼았다.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은 첫 저서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에서 하 씨는 여성들의 우울증에 대해 파고들며 한국의 젊은 여성 약 30명을 인터뷰했다. 그 결과, 이들의 우울증이 사회적 기대 및 젠더 기반 폭력과 불가분의 관계임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과정은 하 씨 자신에게도 깊은 치유가 됐다고 말한다.
"이 책을 출간한 이후 자살 충동이 사라졌습니다. 정말 놀라지 않나요?"
이토록 많은 여성들을 끌어들이는 단 하나의 동기를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이들 모두는 자신들만의 공간, 즉 자유와 약간의 모험을 느낄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그들 중 한 명의 표현대로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끼며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을 원했다는 점이다.
그날 대전 현장에 있었던 김가현(28) 씨는 "성폭력이나 차별당한 경험, 혹은 우리의 욕망과 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 자신을 검열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김 씨는 이 자리의 다른 여성들을 만나면서 새롭게 눈을 뜨게 됐다고도 말한다.
"여성으로서의 삶은 단 하나의 경험으로 규정될 수 없으며, 우리는 같은 범주로 묶일 수 없어요."
최수원(36) 씨 또한 이러한 다양성이 마음을 울린다고 말한다.
"여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소수자들이 각자의 독특한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는 그들이 '규범'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이런 공간에서 제 이야기를 쓰고 공유하는 행위를 통해 깊은 해방감을 느낍니다."
이해(29) 씨와 같은 이들에게는 이러한 공간이 "정말 필요했던 완벽한" 존재다.
이 씨는 음악과 작가의 낭독이 어우러진 저녁 행사였던 이슬아 작가의 북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대구에서 서울까지 고속열차를 타고 2시간을 달려왔다.
이 씨는 "이슬아 작가를 비롯한 현대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아낀다. 이들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작가는 파격적이라고 평가받는 데뷔 장편소설 '가녀장의 시대'를 출간하며 2023년 한국 최대 서점 중 한 곳에서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작가의 실제 삶과 마찬가지로, 소설의 주인공은 독립 출판 사업이 성공을 거두면서 가족의 새로운 가장이 돼 가세를 일으켜 세운다. 주인공은 어머니 복희를 요리사 겸 조수로, 아버지를 운전기사 겸 가사도우미로 고용한다.
복희는 가정의 요리사로서 처음으로 노동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됐으며, 가장으로서의 권력을 잃은 원래의 가장 웅이는 집을 청소하고, 고양이 밥을 주고, 딸을 차로 데려다주는 일상에 만족감을 느낀다.
작가의 섬세한 필체와 친근하고 유머러스한 문체로 이 책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씨는 자신의 북콘서트에 종종 나이 든 남성들도 참석한다고 했다. 그러나 가족에 대한 그의 대담한 재해석은 특히 수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씨는 "나는 세상을 뒤흔드는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가족 역학 내 일어나는 작은 변화를 묘사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들은 완전히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낼 만큼 강력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