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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충전 케이블이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
- 기자, 토마스 제르맨
- 기자, BBC Future
- 읽는 시간: 4 분
충전 케이블은 고장이 나 결국 휴대폰 배터리를 충전할 수 없게 되기 전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홀대하는 기기 중 하나다.
그런데 만약 여러분의 충전 케이블이 자꾸 고장 난다면, 그 원인은 바로 자신에게 있다.
그렇다면 올바른 충전 케이블 관리법은 무엇일까.
충전 케이블을 혹독하게 고문하는 마이클 페흐트는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 '첨단 수명주기 공학 센터(CALCE)'의 설립자이다. 이곳에서는 기술 기업들이 보내온 기기의 고장 원인을 연구한다.
페흐트는 "CALCE는 마치 영안실 같다. 죽은 전자제품을 다룰 뿐"이라고 표현했다.
CALCE의 연구진은 USB 케이블을 부수고, 잡아당기고, 과하게 꽂는 등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하게 다룬다. 뿐만 아니라, 고장 난 케이블을 엑스레이 촬영해 손상된 부위를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한다.
취재진은 페흐트에게 간단해 보이는 질문을 던졌다. 충전 케이블을 감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늘 케이블을 너무 꽉 조이지 않고 느슨하게 둥글게 감아야 한다고 믿어왔다. 다들 한 번쯤 케이블을 너무 꽉 조이거나 엉키게 두면 쉽게 망가진다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이 정리 방식이 과학적으로도 맞다는 답을 기대했다. 하지만 오히려 나를 포함한 수백만 명이 오히려 시간 낭비만 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됐다.
페흐트는 "전혀 상관없다"고 했다.
"여러분이 익히 들어본 거대 IT 기업들의 의뢰를 받아왔는데, 케이블을 잘못 감아서 고장이 난 경우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내 케이블 관리 철학과 도무지 맞지 않는 답이기에 다른 전문가들에게도 문의했으나, 돌아오는 답은 한결같았다. 충전 케이블을 어떻게 감는지는 별로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케이블 수명을 단축시키는 몇 가지 잘못된 습관이 있음을 알게 됐다. 수십 년 동안 매일 반복해 온 행동들이었다. 불쌍한 내 케이블들, 진작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소식은, 전문가들에게 얻은 이 조언 덕에 여러분은 나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케이블은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고장이 나 기기를 충전할 수 없게 된 뒤에야 우리는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
케이블도 조금은 존중받을 자격이 있지 않을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면, 케이블을 오래 쓰는 행동이 여러분의 지갑에도, 환경에도 이롭다는 점을 기억해두길 바란다.
충전 케이블 소중히 다루기
소비자 권익을 옹호하고, 소비자들이 직접 전자제품을 수리할 수 있도록 돕는 기업인 '아이픽스잇'의 공동 창립자인 카일 웨인스는 "세상에는 2종류의 사람이 있다. 케이블을 망가뜨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인정하기는 좀 그렇지만, 나는 전자에 속하는 듯하다.
"케이블 고장은 대부분 플러그와 케이블이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케이블 해부학 수업을 들을 준비가 됐는가. 케이블 내부는 절연체로 감싸인 얇은 금속선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선들의 끝은 플러그가 달린 커넥터로 연결된다. 그리고 바로 이 연결 부위에서 보통 문제가 발생한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케이블을 사용할 때 커넥터는 충전 중 전자기기가 분리되지 않도록 고정하는 닻 역할을 한다. 그래서 케이블을 구부릴 때마다 모든 압력은 금속선들의 맨 끝부분, 즉 커넥터와의 연결부에 집중되게 된다.
클립의 같은 지점을 계속해서 구부리면 결국 부러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미국 우스터 공과대학의 기계 및 재료 공학과 학과장인 로버트 하이어스는 "미시적인 수준에서 볼 때, 탄성 범위를 넘어 구부리면 원자 사이의 결합이 끊어졌다가 다시 형성되며 위치가 변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원자들이 어긋난 '전위'라는 결함이 점점 축적되는데, 이는 마치 카펫의 주름과 같다"는 설명이다. 전위가 과도하게 많아지면 금속은 단단해지다 결국 부러지게 된다. 클립이 결국 끊어지듯, 케이블 내부의 금속선이 망가지는 것이다.
이런 원자들이 불쌍하게 느껴진다면, 흔히 반복하는 잘못된 습관을 피해야 한다. 페흐트에 따르면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가끔 귀찮을 때, 케이블의 긴 선 부분을 그대로 잡아당겨 뽑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커넥터 부분만 잡고 뺄 때보다 충전 케이블에 큰 부담을 가하게 됩니다."
하이어스 교수는 케이블이 용도에 비해 너무 짧은 것도 주요 문제라고 지적한다. 억지로 잡아당겨 콘센트에 꽂으면 케이블이 손상될 수 있다. 또는 침대에 누워서(혹은 어디에서든) 휴대전화를 충전기에 꽂은 채 커넥터를 세게 잡아당겨 사용하는 것도 좋지 않다.
웨인스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또 다른 실수는 휴대전화를 충전기에 꽂아둔 채 차의 컵홀더에 세워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하면 휴대폰이 케이블 위에 얹히게 되고, 여기에 운전 중 흔들림까지 더해져 휴대전화 무게의 모든 압력이 케이블에 집중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행동은 케이블을 망가뜨리는 지름길이다.
사실, 길고 무거운 케이블이라면 감는 방법도 매우 중요하다. 영화나 오디오 업계 종사자에게 물어보면 전문가들이 좋아하는 "오버-언더(한 번은 위로, 한 번은 아래로 번갈아 가며 감는 방법)" 기법에 관해 이야기해 줄 것이다.
하지만 웨인스를 비롯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얇고 유연한 충전 케이블에는 이 기법의 유용함이 적용되지 않는다.
직조 케이블 선택하기
한편 웨인스는 케이블을 너무 꽉 감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케이블을 너무 각지게 감거나, 커넥터 부분을 잡아당기거나, 감으면서 구부리지 않는 한, 잘못 감는다고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결국 문제는 커넥터를 함부로 다루는 데 있다.
하이어스 교수는 "케이블의 커넥터 부분을 소중히 다루면 오래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는 처음부터 케이블이 제대로 기능한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내가 만나본 이들 대부분이 저렴하고 품질이 떨어지는 케이블 자체가 고장의 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몇 달러짜리 케이블은 사지 않는 게 좋다. 좀 더 튼튼하고 품질 좋은 케이블을 산다면 나중에 교체할 때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플라스틱 외피 대신 촘촘한 직물이나 나일론 메쉬가 전선을 감싼 직조 케이블을 선택하면 좋다.
웨인스 또한 "이는 꽤 괜찮은 기준"이라며 "최근에는 애플도 일부 모델에 직조 케이블을 쓰고 있다. 이는 직조의 구조와 강도 덕에 케이블이 잘 보호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이 모든 이야기는 객관적으로 보면 사소한 부분이다. 케이블은 아마도 우리 삶에서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기술 장치일 것이다. 케이블은 그저 기능을 위해 존재하며, 제 기능만 한다면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너무 방심한다면 작은 균열이 하나둘 쌓이면서 어느 날 조용히 고장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