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 아이젠코트: 이스라엘 총선에서 네타냐후의 주요 라이벌로 부상한 인물

가디 아이젠코트(왼쪽)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를 나란히 배치한 합성 이미지. 배경에 이스라엘 국기가 보인다
사진 설명, 가디 아이젠코트(왼쪽)가 지난 30년 가까이 이스라엘을 이끌어 온 베냐민 네타냐후(오른쪽) 총리에게 예상치 못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 기자, 페르난도 두아르테
    • 기자, BBC 월드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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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합(리쿠드당, 강경 우파, 초정통파 정당)이 오는 10월 27일 총선에서 과반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가장 큰 요인은 가디 아이젠코트의 등장이다. 이스라엘 군 총참모장 출신인 그는 지난 30여 년간 이스라엘 정국을 주도해 온 네타냐후 총리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아이젠코트는 정치 신인에 가깝다. 2022년 국가통합당 소속으로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에 입성하며 정계에 공식 입문했으나, 이후 이념 차이를 이유로 탈당했다.

지난해 그는 야당 주요 인사들과 갈라선 뒤 중도 성향 신당 야샤르("바른" 또는 "고결한"이라는 뜻)를 창당했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했다.

최근 네타냐후 총리는 본인이 부인하는 부패 혐의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습격 사건 대응 실패, 대규모 시위를 부른 사법부 개혁 추진 등으로 입지가 흔들려 왔다.

그러나 아이젠코트가 네타냐후 총리에 맞서 출마를 결심한 데에는 비극적인 개인사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막내아들 갈 아이젠코트 하사는 2023년 12월 가자지구 북부에서 하마스가 잡아간 인질 2명의 유해를 수습하던 중 폭발 사고로 전사했다.

아들 갈의 장례식에서 가디 아이젠코트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 설명, 아이젠코트의 막내아들 갈은 이스라엘군으로 복무하다가 2023년 가자지구에서 전사했다

아이젠코트는 텔아비브 북부 헤르츨리야 자택의 상자에 보관된 아들의 유품을 아직 열어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66세인 그는 지난 4월 이스라엘 공영 라디오 카안 레셰트 베트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의 유품 상자를 차마 열지 못한 채 계속 미루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아들과 두 조카를 가자지구 작전에서 잃은 비극, 그리고 네타냐후 정부가 하마스의 전례 없는 습격을 막지 못했다는 판단이 그를 정치판으로 이끈 것이다.

그는 이달 초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과의 인터뷰에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아들 갈이 치른 고귀한 희생에 부응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입니다."

그의 목표는 네타냐후 총리와 내각에 책임을 묻는 것이다. 10월 7일 사건 직후 아이젠코트는 국정 단합을 위해 야당 인사들과 전시 내각에 합류했으나,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석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며 2024년 6월 사퇴했다.

그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과의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집권하에서 여성과 아이들이 납치됐음에도, 그들을 되찾아오기 위한 필수 조치를 의도적으로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같은 주장을 거듭 부인하고 있다.

군복을 입은 아이젠코트(오른쪽)가 2017년 기자회견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옆에 앉아있다
사진 설명, 아이젠코트(오른쪽)는 네타냐후 정부 시절인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군 총참모장을 지냈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아이젠코트가 전시 내각에 참여할 당시 가자지구 내 핵심 군사 작전들을 반대했다고 되받았다. 아이젠코트의 방식대로라면 하마스를 무력화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 작전 당시 아이젠코트 일행이 했던 말을 기억한다"며 "그들은 적당히 타협해 인질만 데리고 가자지구 전체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발언했다.

이어 네타냐후 총리는 그 전략을 따랐다면 "하마스 세력 전체와 나중에 제거된 고위 간부들이 여전히 살아남아 통제권을 행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와이넷 뉴스 인터뷰에서 아이젠코트는 네타냐후의 주장을 일축하며, 전시 내각의 회의록 및 투표 기록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총선을 며칠 앞두고 자신이 집권할 경우 18개월 이내에 하마스 통치를 종식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아이젠코트의 최우선 과제

이스라엘의 저명 언론인이자 그의 정치 행보를 관찰해 온 학자 나다브 에얄은 개인적 상실감이 아이젠코트에게 "강한 목적의식과 사명감"을 심어주었다고 분석했다.

에얄은 이 사명감이 단순히 야샤르당의 의석을 확보해 현 총리를 퇴진시킬 집권 연합을 구성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와 마찬가지로 아이젠코트 역시 가자지구의 향후 정책 수립 과정에서 하마스는 철저히 배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에얄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아들이 하마스가 일으킨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비역 장군인 그는 '2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가의 평화적 병존)'에 대해서도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는 지난 8월 "여전히 그 가능성을 믿는다면 망상에 사로잡힌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와의 관계는 "재정의"할 용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10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인터뷰에서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 280만 명은 자치정부가 관할하도록 해야 한다"며 "나는 그들을 직접 관할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2025년 11월 8일 서안지구 나블루스에서 팔레스타인 농부와 기자, 외국인 활동가들을 공격하려던 얼굴을 가린 유대인 정착민들이 포착됐다
사진 설명, 아이젠코트는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민의 팔레스타인인 대상 폭력을 억제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이젠코트는 이스라엘 법과 국익에 부합한다는 전제하에 주요 정착촌 블록 확장을 지지한다. 하지만 예루살렘 동쪽 'E1' 구역 등 서안지구 내 정착민 주거지를 늘리려는 논란의 계획에는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이러한 유보적 태도는 국제사회의 반발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아울러 그는 최근 "유대 및 사마리아(서안지구의 이스라엘식 명칭) 내 유대인 테러리스트들을 소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주요 선거 공약 중 하나는 2023년 10월 7일 습격 사건의 국가 조사를 개시해 정부의 과실 가능성을 밝히는 것이다.

앞서 현지 언론들은 아랍에미리트와 이집트 당국이 가자지구발 공격 위험을 네타냐후 총리에게 미리 경고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전면 부인하며 최초 보도 매체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또한 사법부의 편향성을 주장하며 대법원 주도의 국가 조사 위원회 설치를 지속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이젠코트는 "이번 선거는 책임감과 책임 회피 사이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2026년 8월 이스라엘 남부 키부츠 니르 오즈에서 열린 유세 중 가디 아이젠코트(왼쪽)가 하마스 인질 출신 가디 모세스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 설명, 아이젠코트는 10월 7일 습격 사건에 대한 공개 조사를 촉구해 온 대표적 정치인이다

아이젠코트는 또 '10대 공약'을 통해 고숙련 인재의 해외 이탈을 막고 신규 이민을 촉진할 긴급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초정통파 유대인과 아랍계 이스라엘인에게 적용되던 병역 면제 특혜 폐지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봉사법을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라면서 "여기에는 아랍인을 위한 국가 봉사를 비롯해 군 복무, 공공·민간 영역 봉사 등이 모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네타냐후 행정부를 포함해 과거 군 복무 대상을 확대하려 했던 시도들은 초정통파 유대인 사회의 거센 반발과 시위를 부른 바 있다.

소박한 출신 성분

텔아비브 한 건물 외벽의 뉴스 채널 i24 대형 광고판에 이번 총선 핵심 후보 두 사람의 얼굴이 등장했다
사진 설명,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디 아이젠코트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어 어느 쪽도 단독 과반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젠코트는 1950년대 이스라엘로 건너온 모로코계 이민자의 아들이다. 정치 중심지인 예루살렘이나 텔아비브가 아닌 티베리아스의 소박한 가정에서 태어나 에일라트에서 자랐다.

중동·북아프리카 출신 유대인 공동체는 '미즈라히(Mizrahi)'로 불린다. 그간 미즈라히 출신 정치인들의 도전은 있었으나, 총리 배출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

유세 기간 아이젠코트를 만난 데이비드 렘닉 뉴요커 편집장은 아이젠코트가 미즈라히 등 소외 계층의 대변인을 자처해 온 네타냐후 총리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작 동유럽계 유대인 후손이자 예루살렘 부촌 출신인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러한 입지는 사뭇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리쿠드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미즈라히 공동체는 아이젠코트를 가리켜 모로코계 아랍어로 "디알리나(dialina, 우리 중 한 사람)"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젠코트는 올해 초 채널13 인터뷰에서 "부모님의 모로코 출신 배경과 나의 뿌리가 자랑스럽다"면서도 "하지만 그보다 우리 모두가 '이스라엘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군 생활

가자지구 칸유니스에서 건물이 부서지고 잔해가 쌓인 흙길을 따라 한 여성과 아이가 걸어가고 있다
사진 설명, 아이젠코트는 10월 7일 습격 사건 여파로 진행된 가자지구 침공을 지지했으나,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에는 반대한다

아이젠코트는 18세에 이스라엘군에 입대해 40년간 군에 몸담았다. 승진을 거듭한 끝에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군 최고 직위인 총참모장을 지냈다.

2000년대 초 제2차 팔레스타인 봉기(인티파다) 당시에는 서안지구 주둔 이스라엘군을 지휘했다. 4년 넘게 지속된 이 사태로 이스라엘인 약 1000명과 팔레스타인인 3000여 명이 숨졌다.

이후 그는 이스라엘을 공격한 지역의 민간 기반 시설까지 압도적 군사력으로 타격해야 한다는 "다히야 독트린(Dahieh Doctrine)"의 입장을 내비쳤다.

네타냐후 총리를 강력히 비판해 오면서도, 10월 7일 습격 이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 작전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당시 하마스의 습격으로 약 1200명이 사망하고 251명이 인질로 잡혔다.

이에 대응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군사 공세를 펼쳤으며, UN이 신뢰성을 인정한 하마스 관할 보건부에 따르면 이로 인해 7만 42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아이젠코트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과의 인터뷰에서 "자위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며 "이 사태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가디언의 언론인이자 방송인 메흐디 하산은 "아이젠코트가 네타냐후와 같지는 않다"면서도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모두에서 동일한 확장 및 파괴 정책을 허용할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의 이스라엘 특파원이자 네타냐후 평전을 쓴 안셸 페퍼 역시 아이젠코트가 "평화주의자는 아니다"라고 짚었다.

페퍼는 BBC 인터뷰에서 "다만 그는 진중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선거전에서 허황된 공약을 남발하지 않으며, 엘리트 출신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상대가 음해하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에 맞설 강력한 대항마로 아이젠코트가 부상한 것은 다소 뜻밖이라며 "6개월 전만 해도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가 가장 유력했으나 아이젠코트가 적절한 시기에 유권자 표심을 사로잡았다"고 분석했다.

아이젠코트는 전형적인 '반 네타냐후' 성향으로 분류된다. 세간의 주목을 즐기지 않고 뛰어난 웅변가도 아니며, 정치인으로 활동하는 것 자체를 그리 즐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막후 연정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파란색 양복에 흰색 셔츠, 파란색 넥타이 차림으로 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 설명,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이 출마한 10차례의 크네세트 선거 중 6차례나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했다

아이젠코트의 정당이 여론조사에서 선전하고 있으나, 120석 규모의 크네세트에서 단독 과반(61석 이상)을 확보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다수당이라 해도 이스라엘 정계 특성상 연립정부 구성이 필수적이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연정 구성의 베테랑이다. 그는 리쿠드당 대표로서 지난 10차례 총선을 치르며 6차례나 연정을 성사시켰다. 라이벌 정당보다 적은 의석을 얻었던 2009년 선거에서도 권력을 잡았다.

최근 네타냐후 캠프 측은 아이젠코트가 집권하려면 아랍계 정당들의 지지를 받아야 할 것이라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아랍계 정당들은 이스라엘 인구의 20%에 달하는 200만 아랍계 시민들 사이에서 지지세가 강하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4개 주요 아랍계 정당(하다시, 타알, 발라드, 라암)이 합쳐 12~15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유세 영상을 통해 아이젠코트에게 "유대인 국가를 원하는가, 아니면 팔레스타인 국가를 원하는가?"라며 압박했다.

아이젠코트는 아랍계 정당의 연정 참여를 공식적으로 배제했으나, 소수 정부 형태로 크네세트 내 반 네타냐후 연대를 이루는 가능성까지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텔아비브의 정치 분석가 달리아 샤인들린은 BBC에서 "네타냐후는 자신을 지지하는 것이 생사의 문제라고 유권자들을 설득하며 권력을 유지해 왔다"면서도, 이번에는 아이젠코트의 군 경력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군 지도자들은 이스라엘 대중이 군에 대해 가지는 높은 신뢰 덕분에 이스라엘 건국 이래로 대중적 지지를 누려왔습니다."

관계 회복

아이젠코트의 승리가 이스라엘과 국제사회의 관계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이스라엘 관계 전문가 요시 메켈버그 교수는 BBC 인터뷰에서 그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급격한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총리를 교체하는 것만으로 이스라엘의 정책적 전향을 담보할 수는 없다"며 "아이젠코트를 포함해 어떤 야당도 네타냐후 현 총리를 대체할 명확한 대안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메켈버그 교수는 이어 "아이젠코트가 승리할 경우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에 단호히 대응하고 가자지구 인도적 상황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