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우디, 역사적인 '원자력 협정' 체결
- 기자, 제임스 피츠제럴드
- 기자, 맥스 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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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22일(현지시간) 획기적인 원자력 협정을 체결했다. 사우디의 민간 원자력 프로그램 개발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에너지부는 "평화적인 원자력 협력 협정"이라며 "미국 기업들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자력 에너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협정 전문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미국 현지 언론은 이번 협정을 통해 사우디가 앞으로 우라늄을 직접 농축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농축 우라늄은 원자력 발전소의 연료로 사용되지만, 핵폭탄 제조에도 활용될 수 있는 물질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러한 선례를 남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미 불안정한 중동에서 향후 핵 확산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에너지부는 이번 협력 협정과 함께 "양자 안전조치 협정"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성명서를 통해 "이 두 협정은 핵 비확산을 비롯한 여러 우선적인 경제·전략적 목표를 추진하는, 수십 년에 걸쳐 이어질 수십억 달러 규모의 (양국) 파트너십을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정부도 성명을 통해 이번 협정은 "에너지 분야에서 양국이 이어오던 협력의 연장선상에 있다"며, 이는 지난 11월 자국 지도부의 워싱턴 방문 이후 대화가 진전된 결과라고 밝혔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한편 미국과 이란 간 교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번 협정 체결 발표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의 오랜 동맹국인 사우디에는 현재 여러 미국 군사 기지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란은 이들 기지를 종종 공격해왔다.
또한 예멘 내 이란 동맹 세력인 후티가 사우디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한 지 이틀 만에 나온 발표다.
이번 협정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앞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는 미국과의 공동 연구 이후, 수입산 핵연료에 의존하는 대신 미국이 사우디 영토에 건설한 농축 시설에서 우라늄을 직접 농축해 연료를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이 농축 우라늄 생산 시설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 협정들은 미국 내에서 직접 설계한, 세계 최고의 원자력 기술과 과학자들을 바탕으로 마련된 핵 안전 및 비확산에 관한 최고 기준을 준수하고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밝혔다.
에너지부는 이번 협정이 "미국과 역내 안보"를 모두 증진할 뿐만 아니라 "핵 안전, 안보 및 비확산에 대한 높은 기준을 유지하고, 민간 핵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경쟁 우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 내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이스라엘의 핵 전문가들과 전직 관료들은 이번 협정이 사우디의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으나, 많은 전문가들은 그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며, 국제사회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의 중동 프로그램 책임자인 로즈마리 켈라닉은 이번 협정에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 시설 보유를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된다면 "상당히 충격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켈라닉은 "미국은 이전에 그런 전례가 없다. 타국이 그들의 영토 내에서 우라늄 농축을 하도록 도운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이 직접 핵연료를 생산할 수 있게 되면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위협이 훨씬 더 커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협정은 이제 미 의회로 넘어가 심사를 거치게 된다.
현재 상·하원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소속 정당인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나, 양당 소속 의원 중 일부는 이 협정에 반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사우디가 향후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반박하고 나섰다.
루비오 장관은 필리핀 방문 중 기자들에게 "미국은 핵 확산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어떤 국가와도 어떠한 합의도 맺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협정에 반대 의사를 밝힌 몇몇 민주당 의원들은 루비오 장관이 상원의원 재임 당시, 사우디와의 핵 협정에 대해 의회의 승인을 의무화하는 '사우디아라비아 핵무기 금지법'을 지지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은 성명을 통해 루비오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며, 그들의 "위선은 무모함만큼이나 심각하다"고 비난했다.
"그들은 호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국가인 사우디가 핵무기 기술을 개발하도록 허용하고 있다"는 그는 "한편에서는 이란의 핵폭탄 개발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이란과 전쟁을 시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우라늄 농축이 허용되는 내용이라면, 이번 협정은 2009년 미국이 사우디의 이웃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와 체결한 협정과는 차별화된다. UAE와의 협정에 따르면 UAE는 자체 연료를 생산하지 않으며, 그 밖의 수많은 제한 사항을 따라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전 세계 핵무기 수 증가를 막자는 핵 비확산 운동가들의 우려 또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는 이러한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수년간 역대 여러 미국 대통령에게 로비해왔으나, 미국은 사우디에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이스라엘을 인정하고 외교·경제 관계를 정상화할 것을 핵심 조건으로 내세우며 버텨왔다.
그러나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요구 사항은 이번 협정 체결 조건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사우디와 더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해왔다.
협정이 이 시점에 체결된 배경으로는 예상되는 전략적·상업적 이점 외에도 러시아와 중국이 유사한 사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영향을 미친 것일 수 있다. 미국이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번 협정은 사우디의 큰 승리로 평가되며, 중동의 권력 구도를 재편할 수도 있다. 다만 즉각적인 변화는 아니며, 수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핵 문제는 수개월간 이어지고 있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의 핵심 쟁점이다. 양국은 지난 2월 이란을 공격한 이유 중 하나로 이란의 핵무기 개발 영구 저지를 내세웠으나, 이란 측은 그러한 계획이 전혀 없다고 부인해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2018년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는 핵무기를 확보할 계획은 없지만 "이란이 핵폭탄을 개발한다면, 의심할 여지 없이 우리도 가능한 한 빨리 뒤따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